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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와 아열대, 온대와 사막까지 다양한 기후대가 공존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교통 등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섬 자체로의 접근성도 떨어져 관광 산업이 발달했다고 말하긴 어렵죠.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도 몇 시간 이상의 비행을 해야 하니까요.

 

마다가스카르 섬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 노지 베(Nosy Be)는 이곳에서 몇 안 되게 휴양지다운 관광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열대 기후에 위치하여 사시사철 햇볕을 즐길 수 있죠. 트립 어드바이저나 부킹닷컴에서 손쉽게 중, 고급 리조트들도 찾을 수 있고, 바다와 해양 레저를 즐기고자 하는 유럽 여행객들이 솔찬히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짝꿍의 짧은 휴가를 틈타 노지 베로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출발 비행편이 세 시간이나 지연되면서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 하긴 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는 (사람들 다 탔다고) 이십 분 일찍 출발했으니 비긴 것으로 하죠, 뭐. 이곳 에어 마다가스카르의 일정 지연은 일도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으니까요.

 

공항에서 30분 조금 넘는 거리인 Anjiamarango Beach 리조트는 소담하고 정갈했습니다. 바다 코 앞에 자리한 방갈로는 밤새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어 있었죠. 내부 시설도 제법 훌륭했습니다. 금고부터 냉장고까지 있을 건 다 있었거든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그리드로 자체 발전기를 돌리기 때문에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정전이었지만, 그 외는 훌륭했어요. 사실 이곳의 전력 사정을 생각하면 먼 북쪽 끝 섬에서 이 정도의 전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요.

 

해변의 경사는 무척 완만하여 썰물 때는 근 일, 이 백 미터 이상을 걸어가도 무릎 높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유유자적 바다 산책도 좋았지만 이른 아침과 어스름 저녁이 되면 활발히 움직이는 소라게 떼를 잡는 일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거리였죠. 특히 큰 아이는 새벽부터 나가겠다고 성화였어요.

 

휴양지라고는 하지만 다른 유명한 곳들에 비하면 너무도 한적하여 해변을 거의 전세 낸 기분이었습니다. 지난봄 놀러 갔던 푼타 카나의 인파 천국을 생각해 보면 이곳은 정말 휴식을 취하기 좋더군요. 바다에서 놀다가, 인피니티 풀에 뛰어들었다가, 소라게들을 따라다니다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즐겼죠.

 

노지 베 주변의 작은 부속 섬들로 모터보트를 타고 다녀오는 반일/당일 투어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각 섬들마다 특색이 있는데 마다가스카르 여우 원숭이를 보러 가거나, 특이한 식물들을 구경하는 투어를 선택할 수도 있죠.

 

저희 가족은 숙소에서 많이 멀지 않고 바다거북과 같이 수영을 할 수 있다는 노지 사카티아 섬으로 갔어요.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수심이 깊은 앞 쪽 바다로 정말 아주 조금만 배를 타고 가니 바다거북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들이 코 앞에 보이더군요.

 

제 키 보다 낮은 수영장 수영만을 즐기는, 오직 수영장 전문가(??)인 저는 무척 겁이 났지만, 그래도 가족 대표 한 명은 들어가 보자는 짝꿍의 말에 조심조심 바다에 몸을 넣었습니다.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을 보니, ‘우와’. 제 몸집만 한 바다거북들이 이리저리 유영하는 장면이 환상적이긴 하더군요. 아마 바다 수영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노지 베는 몇 년 전부터 고래 상어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9월부터 12월이 적기인데, 상어를 방해하지 않도록 철저히 규칙을 따라야 하지만, 고래 상어와 유영을 즐길 수 있는 것 때문에 또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죠.

 

돌아오던 날 아침, 리조트에 묵던 외국인 커플들 두 팀이 스노클링 장비와 오리발 등 부산히 짐을 챙겨 배를 타고 떠나더군요. 전 날 다른 팀이 고래 상어를 마주쳤던 포인트에 찾아가 본다면서요. 배 위에서 예 닐 곱 시간을 기다려도 좋으니 꼭 보고 싶다던데 그 커플들이 고래 상어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나 모르겠네요. 출발할 때 ‘굿 럭’이라고 한마디 던져줄 걸 그랬습니다.

 

사흘 밤, 나흘 낮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이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 딱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추억을 남긴 시간이었네요.

 

물론 서울에서 부러 찾아 놀러 오기 쉽지는 않은 곳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고래 상어와 함께 유영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세요. 아름다운 섬 노지 베로 오는 것을요.

 

비행기 출발 지연으로 첫 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깜깜했다. 저녁까지 먹고 나니 잘 시간이 훌쩍 넘은 아이들을 대강 씻기고 재운 후 집 앞 해변으로 나왔다.13" hand-held shoot.

 

침대에서 문을 열면 바라 보이던 풍경.

 

이곳에서 침대에 치는 모기장은 필수인데 사실 타나보다 오히려 모기가 적었던 것 같다.

 

이케아에서 사 왔을 법한 전등 장식.

 

저 끝으로 물 속에서 자라고 있던 나무들 밑에는 망둥어로 보이는 물고기 떼들이 그득했는데 너무 빨라 잡지를 못 했다.

 

방갈로 앞 정원의 코코아 나무.

 

석양.

 

붉게 물든 바다에 발을 담그다.

 

솔직히 무서웠는데 자꾸 바다로 들어가 보라던 선장님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