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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안타나나리보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시내버스의 태반은 스프린터입니다. 가끔씩 동급의 시트로앵 차량이 껴있기도 하고, 도시 남쪽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들은 더 작은 봉고 차량으로 운행하는 것 같지만, 중심부와 북쪽에서 운행하는 버스라면 백에 구십 이상은 스프린터인 듯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만한 벤츠의 고급차이지요. (물론 벤츠가 고급이 아닌 차가 있던가요.) 제가 회사에 다닐 때는 VVIP가 올 때나 렌트하던, 널찍한 뒤쪽 공간에 고급 좌석들 몇 개만 배치한 최고급 사양 차량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스프린터 시내버스들은 약간(??)의 개조를 거쳤습니다. 뒤쪽 공간에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인 네 개의 의자가 여섯 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제일 뒷줄은 요금 수거 및 문 여닫기, 목청 높여 행선지 외치기를 담당하는 안내원이 서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한 개를 뺀 세 개의 좌석이 놓여 있지요. 복도는 만석 시 보조의자를 펴서 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요. 따져 보면 버스 한 대에 5 x 5 + 3(마지막 줄) + 2(운전석 옆 조수석)를 더한 승객 30명 탑승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운전사와 안내원을 제외한 수치이지요. 

 

단순한 계산만은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타고 다닙니다. 사람이 꽉 찬 경우에는 보조 의자를 펴지 앉고 입석 손님을 받으니 계산보다 더 많이 타기도 하지요.

 

짝꿍의 추측으로는, 약간 과장하자면 전 세계 스프린터 중고가 이곳으로 모이지 않을까 한답니다. 벤츠에서 시내버스용 스프린터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고, 이렇게 많이 보이는 스프린터 차량이 어느 한 나라에서 굴러 다녔을 것 같지도 않긴 합니다.

 

시내버스 요금은 1회 탑승이 500 아리 (ariary),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170원 정도입니다. 원래 400 아리였던 요금이 500으로 오른 것은 채 한 달이 안 되네요. 우리네 교통비를 생각하면 작은 돈이겠지만, 이곳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무시할만한 돈은 아닙니다. 보통 몇십 분 거리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요. 집에서 일하는 가사/육아 도우미들의 경우, 월급 외에 거리 기준의 왕복 교통비를 받습니다. 직통 버스가 있다면 왕복하여 하루 1,000 아리, 갈아타야 한다면 하루 2,000 아리를 받는 식이지요.

 

지금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는 다양한 노선의 버스가 지나가는데, 가끔씩 시내버스를 타고 도시 중심부인 라카노지로 나갑니다.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사방으로 이 구석, 저 구석 산책을 다니지요.

 

시내버스 탑승은 심한 매연과 잦은 정체로 인한 가다 서다의 반복 등등 때문에 저 혼자가 아닐 때 시도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특히나 아이들과 있다면 조금은 어렵지요. (엄마와 함께 버스 잘 타고 다니는 여기 아이들을 보며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희 아이들에게 추천하긴 어렵네요.)

 

하지만 낯설게 생긴(바꿔 말해 못생긴) 외국인 승객에 대한 특별한 호불호도, 관심도, 부러 주는 불편함도 없기에 저 혼자서는 다닐만합니다. 정체를 고려하여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면 몇 시간 정도 정처 없이 걸어 다닐 여유가 생기는 것도 좋지요.

 

며칠 전 버스를 타고 마실을 나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일곱 살인 큰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아빠는 쉰두 살인데, 그때 이렇게 둘이서 버스를 타고 구경 다니면 어떨까 하구요. 그때쯤 되면 아이는 제법 험한 여정도 거뜬히 소화할 테고, 오히려 따라다닐 아비가 문제겠지요.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해놔야겠습니다. 아이가 저처럼 지도 보지 않고 카메라 하나 든 채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럼 둘이서 같이 몇 시간씩 산책하며 즐길 수 있을 테지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동생과 투닥거리는 일곱 살 아들의 현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아나라켈리 시장에서 라카노지로 가는 상습 정체 구간. 버스들이 그냥 시동을 끄고 서서 기다립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을 지나 아나라켈리 시장 앞을 지나기 전 심한 정체가 조금씩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버스 안내원입니다. 제일 뒤쪽 자리에 서서 문을 여닫고, 요금을 수거하고, 행선지를 외치지요.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정체가 심해요.

 

버스의 단면도는 대략 이렇습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가끔씩 티켓을 주기도 합니다. 실은 지금까지 몇 번 타는 동안 딱 한 번 받아봤어요.

 

버스의 색상은 다양합니다. 매번 타는 같은 번호 노선버스의 색깔도 항상 달랐으니 노선 구분을 위한 건 아닌 건 같고 그냥 원래 칠해져 있던 페인트를 최대한 살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일 아래 버스처럼 광고판을 그리고 다니는 버스들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