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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별거 없었습니다. (물론 끝나고 나보니 역시 별거는 없습니다.)

 

오래간만에 잡은 혼자만의 휴식 기회에 컴퓨터와 책 하나 들고 집 앞 스타벅스에 가서 빈둥대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만 볼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적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일이 반년을 넘기게 되었네요. 아이들이 방학하기 전까지 시간을 내어 발도장을 찍은 곳들이 대략 50여 곳입니다. 많은 갤러리들이 첼시에 있었지만 이스트빌리지나 5번가 근처, 센트럴 파크 근처에도 좋은 갤러리들이 많이 있었죠.

 

멋진 작품들을 만난 것이 물론 가장 좋았지만,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와 수전 마이젤라스(Susan Meiselas)같은 작가분들을 눈 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건 또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빗 알란 하비(David Alan Harvey) 선생님의 강의도 마찬가지였죠.

 

이번에 정리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몇 가지들도 있습니다. Staely-Wise 갤러리에서 보았던 버트 스턴(Bert Stern)의 마지막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사진, 먼로가 직접 그었다던 선명한 형광색의 X 표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Howard Greenberg에서 보았던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In My Room> 전시는 몇 번 다시 가서 보고 정리를 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네요. 한국 작가 장인아의 <Utopia> 전시는 작품수는 많지 않았지만 이곳 뉴욕에서 만날 수 있어 조금 더 반가웠습니다.

 

이번 기행을 마치면서 생각해 보니 왜 서울에 있을 때 이렇게 다녀보질 못했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서울도 좋은 전시가 충분히 많은데 말이죠. (물론 서울에 있을 때는 사정상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없긴 했습니다.)

 

특히 뉴욕에 오면서 (사실은 허세를 위해) 질렀던 ICP 연회원 가입은 가히 신의 한 수였습니다. 도서관의 방대한 사진집과 과거 전시 카탈로그 등 각종 소중한 자료들을 제 양껏 보고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에 탐방기를 쓸 때 가장 큰 원칙은 직접 읽고 찾아서 확인한 자료에 기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에 한 편 한 편 준비가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스스로 공부도 많이 되었어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습니다. 아마 근시일 내에는 오지 않겠죠. 다만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평시에도 조금 더 자주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고 공부해보려 합니다. 그저 일상의 활력소 같은 것이죠.

 

그럼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