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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Starless
걷다

Starless 2018-11-09 13:00:48 157

술리를 나오니 길 건너편으로 마하반둘라공원이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술리, 보더따웅, 응아짯지, 깐도지, 그리고 슈웨다곤. 중간중간 택시를 탈 계획이니 여유있는 일정이다. 보더따웅까지는 걸어볼까, 천천히 마하반둘라로 향했다.

공원은 넓고 쾌적했다. 입구에서는 세련된 복장의 젊은이들이 빠른 비트에 맞춰 춤을 추면서 뮤턴트라는 음료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떨결에 하나 받아들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자 반짝이는 눈빛과 미소가 돌아왔다.

공원은 여기저기 둘씩 나란히 앉은 젊은이들, 서로 탐색 중인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그룹, 한껏 멋을 부리고 셀피를 찍는 젊은이들로 가득차있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다른 학교 여학생에게 말 한번 걸겠다고 폼을 재던 기억이 떠올랐다. 깨끗한 공원을 중심으로 네 귀퉁이에는 식민시절 지어진 건물들이 보였다.
 

 

 

 

 

 

 

 

 

 

 

구글맵을 켜고 남동쪽 방향으로 길을 따라갔다.

 

 

첫날 느꼈던 생경함을 다시 느꼈다.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얀마의 거리에서는 동남아 다른 나라에 갔을때 나던 특유의 냄새 - 코코넛향 같기도 하고 고수향 같기도 하던 - 가 거의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냄새는 주로 그 지역의 물에서 나는 것 같았는데, 거리와 음식, 때로 사람들에게서도 풍겨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역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미얀마는  물이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건지, 미얀마인들이 위생과 청결에 더 신경을 더 써서인지 낡은 골목의 안쪽으로 들어가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몇일 지내면서 그 이유가 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됐는데, 보기에는 낡아보이는 사람들의 옷이나 신발 뿐 아니라 건물안이나 차량 내부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미얀마는 물을 특별하게 여기고 그만큼 잘 쓰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커다란 나무 아래 늘어선 포장마차거리를 발견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인지, 모든 가게가 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고 있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 가게에 들어가지는 않고 포장마차 앞에서 쉬고 있으니, 국수를 먹던 모녀가 웃으며 이거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웃자, 눈이 반짝 빛났다. 

 

 

 

 

 

 

 

 

 

 

 

 

 

 

갑자기 나타난 큰길을 건너 양곤강 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양곤과 달라를 오가는 여객선터미널이 나타났다. 몇 종류의 저렴한 배편과 멀리까지 오가는 듯한 쾌속선이 보였다. 시간표가 미얀마어로만 써있어서 대체 알아볼 방법은 없었지만, 뱅골만이 멀지 않은 이곳에서는 태국과 인도, 말레이시아로 가는 배편이 많이 있을 것 같았다. 강건너 달라라도 가볼까 생각하다가 그건 너무 옆길로 새는 것 같아 포기하고 길을 되돌아왔다.

 

 

 

 

 

 

 

 

 

 

 

우체국을 잠시 구경하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국수 포장마차 옆으로 시장이 나왔다.

 

 

 

 

 

 

 

 

 

 

 

관광객들이 다니는 큰 시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동네 시장으로 보였다. 잠시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상인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시장 구경을 했다. 양곤강에서 방금 잡아온 듯한 여러 해산물들과 다양한 식재료들이 눈에 띄었는데, 역시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그냥 먹어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장을 돌아 나오는데 멀리서 한 소년이 손을 흔들었다. 같이 흔들어주자 쌩긋 웃으며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술리의 고양이들 뿐 아니라, 미얀마의 고양이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치대기 일쑤였다. 몇인가 만난 놈들을 쓰다듬어 주고 걷다보니, 철길로 이어지는 길목에 집들이 보였다.

 

 

 

 

 

걸어들어가니 철길에 널어놓은 빨래가 보였다. 와하하. 이건 지나치게 체험삶의현장아닌가. 빨래를 구경하고 있으니 인근 집에 사는 듯한 아이들이 다가와 뭔가 놀이에 열중했다.

 

 

큰길로 되돌아나오니 머지 않은 곳에 보더따웅이 보였다. 구글맵으로는 고작 2km인 거리를 이리저리 옆길로 새며 두시간을 걸어왔다. 조금 서둘러 보더따웅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