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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백창원
교신

백창원 2018-11-04 20:35:26 89

 

1)

한 해를 지내다보면 수도물 온도가 20도 내외로 흑백현상에 안성맞춤인 때가 있다.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문턱의 길지 않은 시기인데,

현상할 때 수돗물 온도가 낮은 겨울엔 더운 물을 보태야하고 여름에는 얼음으로 애써 식혀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은 때다. 

 

그리고 또 하나, 안개가 자주 찾아드는 시절이기도 하다. 

예고없는 어느 새벽 잠시 머물다 훌쩍 떠나기 일쑤라 주말 새벽잠을 설치게 하건만,

안개는 흔한 시골의 농로를 아득한 무릉의 깊은 계곡으로 이어진 듯 만들고,

토담 아래 나무 한 그루는 도인의 앞뜰에 심어진 도화나무 마냥 신령스럽게 변신시키는 재주가 있다.

 

 

 

 

2)

늦가을 아침 안개 속을 걷다 꿈인듯

아이슬란드의 어느 Pub으로부터 매력적인 멜로디가 수신되었다.

 

Ground control to Major Tom...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속삭이듯 Kristen Wiig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나는 한 없는 서정성의 바다를 부유하며 무중력을 경험한다. 

 

절정의 순간, 나는 아이슬란드의 Pub으로 다음 멜로디를 회신하였다.

 

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I'm stepping through the door. 

And I'm floating in a most peculiar way~

 

 

 

 

3)

얼마나 흘렀을까. 

무중력에 시간감각마저 무뎌진게 분명했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친다. 

수줍은 안개는 변방의 억센 바닷바람을 마주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한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All photographs taken with ilford hp5+ black and white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