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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바위풀
(마다가스카르 일기) 사진 박물관.

바위풀 2019-01-04 21:48:03 190

이곳 타나에 온 지 아마도 한 달쯤 되었을 9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네요. 하루는 무턱대고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해서 시내 중심가 시장까지 걸어가 볼 요량이었거든요. 구글 지도로 확인한 거리는 약 5 km. 중간에 좀 헤매더라도 두 시간이면 갈 수 있겠다고, 호기롭게 생각했죠.

 

스마트폰 지도도 되지 않던 터라 일단 개략의 방향만 잡고 길을 따라갔습니다. 큰 길만 따라가면 어떻게든 가지 않겠나, 라는 순진한 생각이었죠. 모든 길은 결국 로마로 통한다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 여하튼지 갈림길을 만나면 감으로 찍고, 아니면 그냥 더 재밌어 보이는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그 날 목적했던 시내에는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네, 댓 시간을 어딘지도 모르고 정처 없이 걷다가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돌아왔죠.

 

마다가스카르에 사진박물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바로 그때 만난 우연이었습니다. 큰길을 따라 걷던 중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 오더군요.  못하는 불어지만 그래도 사진박물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오호라, 마다가스카르 사진박물관이라. 한 번쯤은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진박물관에 첫걸음을 한 것은 그보다 며칠 뒤였습니다. 이번에는 안전하게 택시를 타고 갔죠.

 

시 중심가인 독립대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은 도시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널찍한 정원과 예쁜 카페가 함께 있습니다. 멋진 풍경만으로도 한 번쯤 발걸음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망은 제법 좋아요.

 

박물관은 2층으로 지어진 아담한 벽돌 건물입니다. 예전에 타나 시장의 거처였던 곳을 리모델링하였는데 프랑스 쪽의 자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곳 마다가스카르는 아무래도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이래저래 프랑스와 연관된 것들이 많지요.

 

커다란 철문 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티켓 판매 및 안내 데스크와 몇 권의 사진 관련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고 뒤쪽 복도를 통해 전시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전시실은 총 네 개의 비디오 프로젝션실과 한 곳의 갤러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에 두 개의 프로젝션실과 사무실이 있고 2층에 나머지 두 개 프로젝션실과 별도 전시실이 위치합니다.

 

그런데 혹시 마다가스카르의 사진박물관에 수준 높은 프린트물과 작품들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찾아오신다면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건 저부터 그랬습니다. 설립 목적에도 잘 나와 있지만, 이 곳은 19세기~20세기 중반까지의 마다가스카르 사진들을 디지털화하여 보존하고, 사진을 통해 마다가스카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거든요.

 

(만약 이 곳 안타나나리보에서 사진 갤러리를 찾아가고 싶다면 사진가 두 분의 쇼룸이 있습니다. 작가분들의 개인 작업실 겸 전시 공간, 작품 판매를 겸하고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 유이한 사진 갤러리라 할 수 있죠. 이 곳들에 대한 방문기는 나중에 따로 풀어보겠습니다.)

 

박물관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알고 둘러본다면 전시 수준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식민 시대를 포함하여 사진 선진국인 프랑스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관계의 영향이 지대하겠지만, 1800년 대 중반부터 쌓여 온 이곳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사진 자료는 솔직히 조금 부럽습니다.

 

한국에서 사진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때가 19세기 말에 들어서야였고, 조선 후기나 대한제국 시대 등의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이곳 마다가스카르의 관련 자료는 굉장히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20세기 초반 이곳 타나에서 유명했던 스튜디오와 사진가들의 정보까지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예전 사료들이 잘 남아 있다고 보이거든요.

 

네 개의 프로젝션 실에서는 마다가스카르 사진의 역사, 마다가스카르의 여러 도시들, 왕실의 역사와 문화 등에 관한 영상물을 충실한 사진 자료와 함께 프랑스어, 말라가시어 및 영어의 세 가지 버전으로 보여 줍니다. 가끔씩 전시 구성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진을 통한 마다가스카르 역사 이해하기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뮤지엄 카페의 음식을 맛보든,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든, 또는 박물관의 전시를 관람하든, 이곳 타나에 들르실 계획이라면 한 번쯤 와 보시길 추천드려요. :)

 

호기롭게 집을 나섰던 날 마주친 사진박물관 홍보 안내판.

 

박물관은 2층의 아담한 벽돌 건물이다.

 

프랑스 쪽의 자금 지원으로 예전 시장 공관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하였다.

 

2층의 전시실과 이어지는 테라스에서는 도시 풍경을 한가로이 감상할 수 있다.

 

2층 전시 공간.

 

정원에는 마다가스카르 작가들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박물관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