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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바위풀
(마다가스카르 일기) 조심해.

바위풀 2019-02-27 20:18:11 89

“익스큐즈 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색한 영어가 들린다. 눈을 떼지 않은 채 몇 컷을 더 담은 후 고개를 돌렸다.

 

“응?”

“저 앞에 위험해. 가지 마. 아주 조심해.”

 

내가 렌즈를 향하고 있던 바로 앞의 시장 골목을 가리키며 말해주는 아저씨.

 

“그래, 고마워, 조심할게.”

 

아이들이 학교를 간 후 시간이 나면 도시 구석구석을 걷고 있다. 길이 있으면 걷는다에 방점을 두니 종종 외국인이 전혀 발 들일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그러니 카메라 메고 걷다 보면 이래저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지사. 이곳 치안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외국인, 특히 여성들에게는 이래저래 주의를 당부하는 편이고 나도 심심찮게 말을 듣는다.

 

그래도 그렇게 걸어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묘한 눈길로 포르노 시디를 파는 삼촌 뒤편 가게에서는 LG 브라운관 티브이를 판다. 나란히 놓인 LG, SONY, SONITEC 브라운관 티브이 외형이 정말 똑같은 걸 보면 LG 제품이 아닐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실 상표를 떼어 놓고 보면 도저히 구분이 가지 않는다.

 

C급 셀을 몰래 떼다 만든 듯 삐뚤빼뚤 인쇄된 태양광 모듈도 있다. 그래도 나름 하프 셀이다. 과연… 작동은 할까?

 

번잡한 시장통을 지나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문은 모두 닫혀 있고 적막하다. 다들 일터로 나간 모양이다. 간간이 문을 연 골목의 스낵바는 아마도 아침 출근길과 점심 도시락을 담당하는 듯싶다.

 

다시 차와 사람으로 북적대는 거리로 나온다. 마대 자루 시장 골목이다.

 

마대 자루를 잘라 짚을 꿰매 듯 만든 바구니가 있다. 색색의 마대 자루를 쓴지라 꽤나 화려하다.

 

“이거 얼마니?”

 

“만 오천 아리”

 

“응?” 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외친다. 

 

“만 삼천 아리~”

 

옆 옆 가게 이모는 만 아리를 부른다. 발길을 돌리니 칠천 아리로 내려간다. 다음에 와서 하나쯤 사야겠다.

 

Antananarivo, Madagascar. / Feb. 2019 / GFX50R + GF45mm / Acros simu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