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97d67d5a-909b-457f-abbe-5313f8215e81

여행

Starless
보더따웅, 현자를 만나다

Starless 2018-11-11 22:00:07 123


보더따웅 파고다는 2천년 전 인도에서 부처의 머리카락을 가져온 천명의 군인으로부터 이름이 유래한다. 보는 군인, 더따웅은 천이라는 뜻이다. 넓은 경내에 비해 참배객 수가 적고 양곤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꽤나 느긋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실제로 도시락을 싸온 미얀마인들이 부처 앞에서 수다를 떤다든지, 평상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40미터 높이의 탑 중앙에는 부처의 머리카락이, 탑의 북쪽 건물에는 민돈왕이 주조한, 식민지 시절 영국에 빼앗겼다 돌아온 황금부처가 모셔져있다. 외국인 출입구에서 오천원 쯤을 내고 입장권과 생수 한병을 받은 뒤 사원으로 들어갔다.

 

 

 

 

 

 

 

 

 

 

 

동선 화살표를 따라 북쪽 건물로 들어섰다. 소박한 입구를 지나, 거대한 풍향계가 보였다. 경내 중앙의 탑 꼭대기에 있던 것이겠다. 미얀마식 탑의 상륜부에는 풍향계가 붙어있는데, 보통 금과 은으로 만들고 수많은 다이아몬드와 보석으로 장식한다. 보기와 달리 가볍기 때문에 바람에 따라 방향을 바꾸며 풍향계의 역할을 실제로 수행한다. 어마어마하군. 그 화려함에 입을 못다물다 황금부처를 발견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화려한 불상이었다. 이래서 영국인들이 기를 쓰고 훔쳐간 거였군. 

 

 

부처의 머리카락을 모셔둔 곳은 촬영이 금지되어있었다. 참배객들을 따라 줄을 서서 들어가 뵙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넓은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부처들을 뵙고 사람들을 바라봤다.

 

 

 

 

 

 

 

 

 

 

 

 

 

 

 

 

 

술리보다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아보였고, 가끔 젊은 커플들도 보였다. 경배를 올리다, 밥을 먹다, 까무룩 낮잠에 빠진 사람들 곁에 잠시 앉았다.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해졌다.

미얀마에 오기 전 미얀마의 요일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고, 미얀마인들은 자기 요일에 따라 파고다에 예를 올린다는 설명이었다. 글은 읽었지만 실제로 탑 앞에 서니 뭐가뭔지 알 수 없었다. 술리에서도 멍하니 있다 돌아설 수 밖에 없었는데, 보더따웅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꽤나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보다. 노인 한 분이 부드러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조금 도와드릴까요? 돌아보니 사려깊은 눈빛과 선한 표정의 노인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자리를 피하곤 하는데, 어쩐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고 미얀마는 처음입니다. 모든게 낯설어서 당황스럽습니다. 

그렇군요. 함께 걸을까요? 노인과 함께 경내를 걸었다.

 

 

 

 

 

노인은 미얀마의 불교와 파고다, 부처, 수호신, 경배하는 법,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과 탄생석, 다섯번의 물을 붓는 의미를 가르쳐주셨다. 꼭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이 기본입니다. 조금 틀려도 되겠죠.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을 때는 기억해야 할 삶의 지침을 알려주셨다.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자 가방에서 염주를 꺼내 목에 걸어주셨다. 선물입니다. 인연이구나.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인사만 드렸다. 감사합니다

노인이 떠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탑을 바라봤다. 결국 미얀마에 와서 인연을 맺는구나.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강렬했던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었다. 보더따웅을 떠나 응아짯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