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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피울
통섭

피울 2018-10-16 00:09:38 125

*구 매거진 'Leica...我'라는 제목의 글과 이어집니다. 글이 옮겨지면 링크 수정해 두겠습니다.

 

[뚜껑이 있는 도자기 잔을 개완이라고 합니다. 차를 담아 마시기도 하고 간단하게 차를 우리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죠. 이렇게 생긴 아이가 왔습니다.]

 

이제 덕질이 선 하나를 넘은 듯 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좋아하는 것을 더하고 싶은 것은 다분히 욕망입니다. 지난 오월이었으니까 주문하고부터 꼬박 다섯 달이 걸렸습니다.

"선생님. 다음 작업하실 때 이번 잔 컨셉을 이어서 개완하나 만들어 수실 수 있으실지요? 주제는 사진가와 카메라 그리고 관찰자, 담시리즈에 청화, 철화, 금상회가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용량을 200cc 내외면 좋을 것 같아요.  컵 내부는 수백, 뚜껑 내부는 그림이나 이야기가 있어도 좋습니다. 이전 작품들 보니까 뚜껑 내부에도 이야기가 있더군요. 좋았습니다. 정교하고 강하길 기대합니다. 기물 형태는 일임 드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에 좋아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통섭하는 일이 재미를 넘어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링크: 라이카 단상"

"봄 비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보내주신 링크의 글 잘 읽었습니다. 피울님에겐 사진 찍기가 각성제였군요. 매력적인 라이카가 이끄는...어딘가 몰입하게 만들과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황홀한 도구...문득문득 피울님의 주문을 상기하다 이미지가 잡히면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느긋하게 잊고 계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은 지난 5월 18일 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번 중간 중간 소통을 이어갔어요.

드디어 며칠 전 가마에서 나왔노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이 도자기는 세 구성으로 세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뚜껑에 이야기 하나

몸통(잔)에 이야기 둘

받침에 이야기 셋

 

 

 

 

 

 

 

 

 

 

 

 

첫번 째 이야기가 담긴 뚜껑입니다.

'가난과 결핍'의 추억입니다.

담의 경계는 필름으로 표현해 주셨네요. 

무척 맘에 듭니다.

중학교 소풍, 꼬불쳐 둔 돈으로 사진관에서 빌린 올림푸스 펜, 돌려주기 싫은 나...이런 이야기들이 함축되었습니다.

 

 

 

 

 

 

 

 

 

 

 

 

뚜껑 안쪽엔 '동심 속 캐릭터'란 주제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공룡을 좋아했던 기억도 있고 마징가도 좋아했습니다.^^

 

 

 

두번 째 이야기가 담긴 몸통입니다.

'꿈의 시작과 탐닉의 절정'의 추억입니다.

벌어서 처음 산 카메라는 삼성케녹스 자동카메라였습니다. 사진을 해 보겠다는 생각은 없을 때 였어요. 신혼여행도 이 녀석으로 다녀왔습니다. 

사진을 좀 찍어보겠다고 산 처음 카메라가 로모였어요. 이 사건이 이렇게나 커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SLR 한무더기 벗어 던지고 진지하게 시작한 카메라가 베사R2라는 카메라였습니다. 찰~~칵! 진짜 모델 같습니다.^^

 

 

 

제가 R2 장전하고 있는 모습인 듯 합니다. 

 

 

 

잔 가지고 놀다가 심심하지 말라고 보일듯 말듯 금상회를 올렸습니다. 

 

 

세번 째 이야기가 담긴 받침입니다.

'이속離俗의 꿈'을 담았습니다.

공부, 성찰, 꿈, 자유 따위의 염원이 담겼습니다.

금박에 쓰여진 작은 글씨는 이속의 자유를 말한 '임어당'선생의 이름입니다. 

 

카메라는 내게 도구 이상의 어떤 것입니다. 영감을 일으키고 욕망을 충동합니다. 사진을 찍게 하고 또 그렇게 매개합니다. 허세와 진지사이의 어디쯤에서 균형을 줍니다. 취미와 생활사이 어디쯤에서 조화롭게 합니다. 속도를 조율하고 방향을 상기하게 합니다. 비싸고 좋은 것 너머의 가치라는 현명한 자위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명은 돈이 가지는 적나라한 폭력성을 순치馴致합니다.

나는 늘 세상의 번거로움에서 떠나길 원했습니다. 임어당 선생은 차를 마시면서 이속離俗의 자유를 말합니다. 저는 사진을 찍으면서 이속의 자유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 과정은 탐닉이며 절정입니다.

탐닉의 과정에 차와 도자기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樂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