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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면서 생각해 놓은 사진이 있었다.

 

좋아하는 생 제르맹 데 프레 거리를 거닐다가 노트르담이 보이는 세느 강변으로 나가 성당과 강의 풍경을 이중 노출로 담고 싶었다. 한 번도 시도해 본 기법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그려진 느낌이 좋았다.

 

파리에 도착한 월요일 저녁. 노트르담 성당이 불에 타고 있다는 속보가 떴다.

 

며칠 뒤 일요일. 

 

새벽 어스름에 숙소를 나섰다. 노트르담이 보이는 강변에 도착하니 6시 20분. 완전히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천천히 길을 거닐었다. 이른 시간인데 벌써 몇몇 사진가들이 나와 있다. 삼각대를 이리저리 옮기며 구도를 잡기도 하고, 대형 망원 렌즈로 당겨 보기도 하며 분주하다. 

 

불에 탄 성당을 바라보았다. 

 

흐르는 강물에 겹쳐진 모습. 떠오르는 해를 뒤로 한 성당. 노트르담을 위한 꽃다발과 겹쳐진 스테인드글라스. 

 

이리저리 바라보며 내 눈에 비친 모습을 담았다.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에 탄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관광객 부녀. 조깅 중 멈춰 서 성당을 뒤로 한채 셀카를 찍는 남자. 여러 대의 카메라와 렌즈를 바꿔 가며 계속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무너진 첨탑을 바라보며,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섞여 내게 비친 흔적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흘러갔다.

 

Paris.

 

Apr. 2019.

 

GFX50R + GF45mm / Acros simulation / Double expo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