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97d67d5a-909b-457f-abbe-5313f8215e81

때 이른 추위가 몰아치던 지난 늦가을, 잠시간의 사정으로 서울에 머물렀다.

 

일요일 오후, 서촌에서의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서촌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진 책방 이라선에 들르기 위해서다. 다양한 사진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더없이 좋은 장소이지만, 취향 상 출입문 바로 왼편의 갈색 책상에 놓여 있는 사진 이론서나 비평서 등에 더 눈길을 주는 편이다.

 

그날 이라선에서 만나게 된 작은 문고판 책, <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 장정민, 내게는 조금 생소한 필자 이름이었다. 사진 이론, 비평서 하면 역시 가장 유명하신 세 분 선생님들의 책이 있었고 그 외 다른 역자분들의 책도 많이 봐 왔었지만 장정민은 떠오르지 않는다.

 

2010년에 평론으로 등단한, 비교적 젊은 세대 필자인 저자가 다양한 주제 - 심지어 대통령 일곱 시간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 에 관해 자유롭게 풀어놓은 글들은 예상보다 술술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었다.

 

글줄 전반적으로 비평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리 - 사진의 감상자 - 가 어떻게 사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사진의 감상과 수용, 그리고 환경 조건에 따라 무수하게 달라질 수 있는 변화를 바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바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 사진을 추구하는 세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데, 사진에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결국 수용자의 욕망에 불과할 뿐, 사진 그 자체로는 예술도, 예술이 아닌 것도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와 닿는다.

 

저자의 여러 생각과 주장들을 여기서 일일이 풀어놓지는 않겠다. 여는 글에서 저자 스스로 운을 띄웠듯이 책 속의 생각들에 대해 의견 차이도, 논란의 여지도 있을 수 있으니.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결국 읽는 사람의 몫이다. 다만 다양하며 새롭고, 때로 알면서도 깨닫지 못했거나 혹은 알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읽는 시간이 즐거워지는 책임은 틀림없다.

 

그다지 두껍지 않고 집중하여 읽는다면 반나절이면 넉넉할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서점으로 달려가 한 권씩 사 보시기를 권한다. 17년 12월에 1쇄가 나왔는데 18년 10월 2쇄가 나온 것을 보면 이런 류의 책들 중에는 그래도 제법 팔리지 않았나 싶고, 이 또한 책이 어느 정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겠는가. :)